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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9세기초 한양, 밤을 밝혀 즐기는 야회가 그림 속으로 <수갑계연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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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 이력>
이름/ 수갑계 연회도(壽甲禊 宴會圖)
크기/ 29.0x36.4cm
소재/ 종이에 담채
제작/ 1814년
작자 미상
소장/ 국립중앙박물관
소개/ 2002년3월 국립중앙박물관‘조선시대 풍속화’전

조선시대 그림은 먹과 붓으로 대강 쓱쓱 그렸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의외로 꼼꼼하고 정확한 게 많습니다. 의궤 같은 궁중 행사도만이 아닙니다. 시대의 생활상을 그림으로 그린 풍속화에도 의외로 꼼꼼한 표현이 적지 않습니다. 
이 그림은 서울 중부에 사는 중인(中人) 가운데 1758년에 태어난 사람들이 모여서 동갑계(同甲禊-수갑계라고도 합니다)를 만들어 하루 날(음력2월22일)을 잡아 밤에 잔치를 벌이고 즐긴 모습을 그린 것입니다. 그림은 동갑계의 회칙과 찬사 그리고 이날 지은 회원들의 시를 적은 서화첩(수갑계첩)에 들어 있습니다. 그래서 누가 참석했는지를 환히 알 수 있습니다. 


잔치의 현장은 중부에 있는 중인 정윤상(丁允祥)의 덩실한 기와집입니다. 대청에는 벽을 지고 22명의 회원(이때 이들은 모두 57살이었습니다)이 둘러 앉았습니다. 회원을 구별할 수 있는 것은 이들이 모두 탕건 차림으로 드레스코드를 맞췄기 때문입니다. 야연, 이 무렵 서울에서는 촉연(燭宴)이라고 불렀는데 실제 빨간 불꽃이 너울거리는 큰 촟불 2개가 보입니다. 
잔치 흥을 돋우려고 거문고(1), 대금(1), 피리(2), 해금(1), 장구(1) 등 악사도 불렀습니다. 물론 소리꾼도 남녀 하나씩을 불렸습니다. 이만하면 성대하기 그지없는 야연이겠습니다만 중인의 치레치고는 과한 느낌이 없지 않습니다. 

과연 이 잔치가 있고 꼭 1년 뒤인 1815년 2월. 정윤상은 사고를 쳤습니다. 『일성록』에는 그가 당시 다니던, 궁중 물품을 관리하던 제용감에서 서경돈(동갑계 회원 중에 그의 동생이나 형인 듯한 서경창이 있습니다)과 짜고 물건을 빼돌려 2만량을 착복하고 달아나 전국에 지명수배됐다는 기사가 보입니다.  
꼼꼼하게 그린 그림도 그렇지만 이런 사정이 모두 기록으로 남아있는 것을 보면 조선시대도 한편 대단하다는 느낌입니다. 아울러 하급관리의 부정은 예나 지금까지 바뀐 것이 없다는 생각입니다.(y)   
 
  

SmartK Y. 관리자
업데이트 2024.10.30 1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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