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 이력
이름/ 토잔도(兎棧圖)
크기/ 26.3x34cm
소재/ 종이에 수묵
작자/ 정선(1676-1759년)
소장/ 개인
소개/ 서울옥션 2003년 경매
이미 낙엽이 지고 이런 저런 일에 파묻혀 달콤했던 지난여름의 휴가는 먼 꿈속의 일처럼 돼버렸습니다.
조선시대에 여름휴가 따위가 있을 리 없었겠지만 한때를 즐기는 여행쯤은 얼마든지 가능했을 것입니다. 수장가로 이름난 김광수(金光遂 1699-1770)는 어느 해 경상도 한 지방을 여행했습니다. 그리고 한양으로 돌아온 뒤에도 그 경치가 끝내 눈에 가물가물했던 듯합니다. 그래서 그는 그를 정선에게 그림으로 부탁했습니다.
그림에는 높은 산봉우리로 이어진 사이로 가늘고 긴 길이 구불구불 이어져 있는 특이한 모습이 담겨 있습니다. 이 그림에 시인 이병연이 쓴 글을 보면 ‘위로는 천길 벼랑이 있고 아래에는 헤아릴 수 없는 못이 있다. 그 가운데 한 줄기 길이 통하는데 그것을 토끼가 낸 벼랑(兎僊)이라고 한다’고 했습니다. 토잔은 문경 근처에서 낙동강 상류인 영강이 깎아지른 절벽 사이를 흐르는 가운데 그 벼랑 사이에 만들어진 낭떠러지 길을 가리킵니다. 토끼가 다니면서 낸 길이라는 뜻으로 과거 영남대로 가운데 가장 험한 길로 손꼽혔습니다. 경상도 사투리로는 토끼비리라고도 합니다.
누구나 이런 길을 걸어보았다면 상당히 오금이 저렸을 것입니다. 그랬던 만큼 지난 여행의 추억으로 각별하게 머릿속에 남았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