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윤, <마케팅Ⅰ:지옥도> 캔버스에 혼합재료, 131×162cm, 1980
미국산 브랜드의 청바지, 운동화가 자랑이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전통 도상인 지옥도를 80년대 사회분위기에 맞게 그린 이 그림에서는 코카콜라를 비롯한 미국산 제품들이 가득찬 모습을 지옥으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안타깝게 요절한 작가 오윤(1946~1986)은 직설적이면서도 해학적인 이 작품을 통해 우리나라로 밀려들어오는 일본과 미국의 자본주의에 대한 거부감을 표현하였습니다. 왼쪽에서 벌을 받고 있는 네 사람 중 맨 오른쪽 인물은 작가 자신이며 그 옆의 세 사람도 당시 활동하고 있던 평론가 세 사람(윤범모, 최민, 성완경)이라고 하니 작가 자신도 상업주의, 자본주의에 자유롭지는 못했나봅니다.
지금의 지옥도가 그려진다면 무엇으로 채워질까요?.. 청년실업에 육아문제, 먹거리 문제 등 굵직한 문제들이 너무나 많지만, 누구나 자신의 눈 앞에 있는 문제가 가장 크게 와닿겠지요. 고민들을 피해 달아나지 말고 개인적으로 지옥도를 채워보는 것도 나 자신에 대해 이해하고 치유되는 하나의 과정이 될 것도 같습니다.
오늘도 파이팅 하시길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