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전시 개요
철화청자는 청자를 만드는 흙으로 형태를 만들고, 유약 역시 청자 유약을 입혀 구운 고려청자의 한 종류이다. 그러나 우리가 알고 있는 고려청자와 사뭇 다른 모습을 지니고 있다. 맑고 은은한 푸른 빛에 기품 넘치는 곡선미를 은은하게 머금고 있는 비색의 상감청자와 전혀 다른 빛을 띠고 있기 때문이다. 철화청자의 바탕 색은 푸른 색 같으면서도 가만히 들여다 보고 있으면 검푸름에 가깝다.
무늬는 하얀 흙과 검은 흙의 대비를 절묘하게 구현한 상감무늬가 아니라 검은 색의 철사안료를 사용하여 마치 초서(草書)를 쓰듯 빠른 필치의 붓질로 표현하였다. 이렇게 대범한 필치로 꽃과 풀을 주로 그린 무늬의 생김새는 정교함보다는 소탈함에 가까우며 시원한 풍류마저 느껴진다. 그래서 이색적이고 심지어 낯설기까지하다. 어쩌면 한국미를 논할 때 항상 거론되는 소탈미의 원형으로 철화청자를 꼽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호림박물관은 형식에 얽매이지 않은 자유로움과 소탈함을 머금은 철화청자를 통해 고려청자가 지닌 미적가치에 대해 새로운 시각을 더하고 인식의 외연을 넓히는 데 기여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이번 특별전 <철, 검은 꽃으로 피어나다>를 마련하였다.
호림박물관은 1996년에 철화청자 특별전을 개최한 적이 있다. 이후 20여 년 동안 철화청자를 적극적으로 수집하여 지난 전시에 비해 컬렉션의 규모 뿐 아니라 작품의 수준과 구성을 더욱 알차게 갖출 수 있었으며 이번에 그 면모를 처음 공개하는 데 의의가 있다. 총 220여점의 다양한 철화청자가 이번 전시에 출품되었으며 매병, 대접, 잔, 유병, 주자 등의 다양한 형태와 다채로운 무늬 등 철화청자가 지닌 모든 것을 확인할 수 있는 특별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