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아주 평안한 삶을 살다 간 모양입니다. 그 성품이 그림에도 드러나는 듯합니다.
특히 동물을 그린 영모화와 초상화에 뛰어났는데, 국내보다 일본에 유작이 많고 그곳에서 오랜 세월 사랑을 받아 칸잔 세이추(完山靜仲)라 불렸기 때문에 한때는 일본 무로마치[室町] 시대의 화승(畵僧)으로 잘못 알려지기도 했습니다. 이 사람은 누구일까요?
<모견도<母犬圖>> 지본담채 42.4x73.2cm 국립중앙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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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답은 이암(李巖, 1507~1566)입니다. 대표작으로 잘 알려진 〈모견도〉는 총독부 박물관에 속했던 것으로 '완산 정중 필 구도(完山靜仲筆狗圖)'라 적혀 있습니다. 엄마 개의 품을 파고드는 강아지들의 앙증맞은 모습과 어미 개의 푸근한 눈매가 인상적입니다. 이 외에 삼성미술관 리움이 소장한 <화조구자도花鳥拘子圖> 도 유명합니다. 그는 강아지와 고양이·기러기 등 동물을 잘 그렸는데, 수묵 위주의 다소 성글고 활달한 필치를 지닌 것과 매 그림처럼 진채를 사용한 매우 섬세한 작품이 있어 차이가 납니다. 조선후기 화가인 변상벽이나 정홍래의 선구가 아닐까 생각됩니다.
정5품 두성령(杜城令)에 제수됐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