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염자 김희겸이 그린 새 그림 2022.09.28
김희겸 비단에 먹 33.0x20.3cm 간송미술관물가에 세 마리의 새가 보인다. 아니 자세히 보면 네 마리. 높은 곳에서 매가 오리를 향해 물로 낙하하려는 순간이며 목표물이 된 오리는 물 속으로 머리를 박고 있다. 중간에서 백로가 후두둑 난리를 피해 날아가고 있고, 꽃이 진 연잎 뒤에 또 한 마리의 오리...
김진녀가 그린 공자의 일화 2022.07.27
김진녀, 공자성적도 중 <문례노담>, 견에 담채. 31.5x72.8cm, 국립중앙박물관 (덕수 1397)밖에 우마차가 주차되어 있고, 방문객 일행이 누군가 귀하신 분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고 시종들은 분주히 손님 대접을 서두르는 장면이다. 방문객 대표는 공자, 방문을 받고 그림이 뒤로 펼쳐진 대...
기품 있는 조선시대 대선사의 진영 <재월대사 초상> 2022.07.13
존경받는 스님들, 대선사들의 모습을 그린 진영은 분명 조선시대 초상화의 일면이다. 국립중앙박물관 불교회화실에 승려의 초상들이 전시되기도 하는데, 그중 인상이 좋았던, 18세기~19세기의 한 대스님의 초상화를 들여다본다.미상 <재월대사 초상> 축, 비단에 채색, 103x79cm, 국립중앙박물관승...
홍이상 아들의 모습을 그린 겸재의 진경산수 <일가정> 2022.06.23
한 선비가 띠집에서 밖을 내다보며 술을 한잔 기울이고 있다. 동자가 시중을 들고 있지만 조용하고 고즈넉한 풍경이다. 앞에는 연잎이 떠 있는 널찍한 못이, 뒤쪽에 보이는 높은 산 뒤로는 저무는 해가 보인다. 띠집을 둘러싼 나무들은 짙은 먹으로 표현하고 담백하면서도 옅지 않은 채색과 작은 그림 속 과감한 구...
추사에게 받은 가르침은 어찌 되었을까? 박인석의 <고촌모애도> 2022.05.11
박인석(?-?) <고촌모애도孤村暮靄圖> (1849년 경) 《팔인수묵산수도》 중, 72.5x34.0 비단에 수묵 삼성미술관 리움추사 김정희가 9년의 제주 유배생활을 마치고 올라온 바로 다음 해, 1849년 중인 서화가들이 그의 가르침을 받기 위해 자신의 그림과 글씨를 올리고 추사는 이에 대해 한...
야유회의 계절, 봄은 짧다 - 정수영의 <백사동인 야유회도> 2022.04.26
정수영 <백사동인야유회도> 1784, 종이에 수묵담채, 31.3x41.7cm 개인꽃놀이 야유회 시즌이 막을 내리고 있다. 산들산들한 바람을 즐기는 것도 며칠, 이제 뜨거운 여름 날씨에 대한 마음의 준비를 해야 한다.노랗고 붉은 꽃들이 피어난 가운데 선비들이 모여 있다. 누군가는 흐르는 물을 보...
조선 전기 청록산수의 수준, 도갑사 관세음보살삼십이응신도(1550) 2022.03.29
이자실, <관세음보살삼십이응신도> 1550년, 비단에 채색, 201.1×151.2cm, 일본 교토 지온인 소장. (사진: 강소연)<도갑사(道岬寺) 관세음보살삼십이응신도(觀世音菩薩三十二應身圖)>는 1550년에 그려진 조선 전기의 불화이다. 임진왜란 이전의 그림이 이렇게 훌륭한 상태로 ...
하마선인과 문창제군의 보살핌을 구하다 - 김홍도 <신선도> 2022.03.16
김홍도 <신선도> 종이에 먹, 26x31cm, 서울대학교박물관화가 김홍도가 산수, 풍속 등 다방면에서 뛰어난 기량을 보였던 천재였지만 신선들을 그린 군선도를 그의 대표작으로 꼽는 사람도 많을 만큼 신선 그림에서 월등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스승격인 비평가 강세황이 그의 신선 그림에 대해 ‘모...
조선의 선비, 눈 쌓인 어느 날 벗을 찾아가다 - 이인문 <설중방우> 2022.02.09
이인문 <설중방우雪中訪友> 《고송유수첩》 종이에 수묵담채, 38.1×59.1㎝. 국립중앙박물관(덕수 4501)나무와 지붕에 눈이 소복히 쌓인 한겨울 산 속의 작은 집, 창문 안으로 두 선비가 마주 앉은 모습이 보이고, 한 선비가 타고 온 교통수단인 듯 소를 붙잡고 밖에 서 있는 아이와 그 아이...
문암에서 일출을 보다 - 정선 <문암관일출門巖觀日出> 2022.01.26
겸재 정선 <고성 문암관일출門巖觀日出> 《신묘년풍악도첩》 1711년, 비단에 담채, 국립중앙박물관이 일출 포인트는 지금은 북한 땅인 관동팔경 삼일포 인근 북고봉 앞 너럭바위다. 돌문짝이 높게 서 있어 석문(石門), 또는 문암(門嵓)이라고 불렀고 금강산 관광 코스 중 하나였던 듯하다. 겸재 정선...
네 마리 호랑이 얼굴 - 김명국, 김홍도, 김득신, 김양기 2022.01.12
십이지의 다른 동물보다 호랑이가 새해 그림으로 더욱 어울려서 그런지, 새해 들어 수많은 호랑이 그림들을 보게 됐다. 어느 해보다 그림에서 힘찬 기운을 받아 스타트가 기운찬 듯도 하다.우리 옛 그림에서 설 무렵 세화로 많이 보게 되는 까치호랑이 그림이나 민화, 문양 중의 호랑이보다 조금 덜 재미있지만 조금...
게와 갈대 그림 - 지창한이 즐겨 그린 밤게 2021.12.29
물고기와 게 그림을 먹으로 잘 그렸던 조선 말-일제강점기 화가 지창한. 지방 화단에서 꽤 많은 활동을 해서 지창한의 그림은 지금도 적지 않게 전해지고 종종 미술시장에도 등장하고 있지만 정작 그에 대해 알려진 바는 많지 않다. 함경북도 무산에서 살았다고 하는 정도이며, 기록에 남아 있는 것으로는 대한제국에...
열대과일 리치도 생생하게 - 강세황 <여지> 2021.12.14
강세황(姜世晃, 1713-1791) <여지> 비단에 엷은 색, 26.1x18.3cm, 국립중앙박물관중국음식점의 후식에서 종종 만나곤 하는 열대과일 리치. 중국 남부가 원산지인 열대과일 리치는 우리 한자말로 여지(荔枝)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다. 우둘두둘한 붉은 색의 열매가 열리는데, 다소 단단한...
강을 건너기 위해 배를 부르다 - 김윤겸 <송파환도> 선면 2021.11.10
김윤겸 <송파환도>, 《선면화집》, 종이에 수묵담채, 23.9x60.6cm 국립중앙박물관진경산수를 많이 남겨 정선파로 구분되기도 하지만, 김윤겸의 그림에는 그만의 맑고 담백한 기운이 있고 간결한 붓질로 깊이 있는 공간을 담아내는 스킬이 있다. 국립중앙박물관에 소장된 부채그림 화첩 《선면화집扇面...
계곡 물소리를 ASMR 삼아 - 최북의 <계류도> 2021.10.27
최북 <계류도> 종이에 수묵담채 28.7x33.3cm 고려대학교박물관사각사각 종이에 필기하는 소리, 흙바닥에 떨어지는 빗소리, 나무도마 위 두부를 써는 소리.. 아주 조용한 상태보다는 어느 정도의 소음이 마음을 안정시키고 집중력을 향상시킨다고들 한다. 계곡의 물 내려가는 소리는 어떠한가? 산 ...